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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L : Missing from a Love Letter

미온

정수는 하루에도 수십 번 화성과 목성 사이의 그 행성을 모니터링하고 메신저 창에 '읽지 않음'의 창을 들락거렸다. 기다리는 연락이 있냐고 물으면 당연히 있다 말할 수 있었고, 그 연락이 한 번은 왔냐고 물으면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정수는 작게 한숨을 쉬며 서랍 안에 넣어놨던 그것을 꺼내 또 읽었다. 지구로 돌아와 몇 번을 꺼내 본 건지, 종이의 끝이 벌써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서툰 글씨로 적힌 짧은 문장. [처음으로 누군가와 함께 별이 되고 싶다 생각했던 것 같아]

그 짧은 문장을 긴 시간 보던 정수가 다시 단정하게 접어 서랍 안에 넣었다. 올 수 없는 연락이라는 거, 정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

 

세상이 좋아져 우주로 여행을 갈 수 있는 세상이 되긴 했지만 사람들은 고요한 우주에 질려 금방 돌아오거나, 미지의 공간에서 마주친 또 다른 생물체에 겁을 먹고 돌아오기 일수였다. 생명체를 마주한 사람들한테 대체 무엇에 겁을 먹었냐 물어보면 보통은 다 비슷한 답을 내놓았다. 분명 지구인들과 똑같이 각자의 행성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것들인데, 그들이 주는 그 묘한 분위기가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고. 정수는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고개를 갸웃했다. 저가 봤던 외계인은 그렇지 않았다며.


몇 년 전, 정수는 탐사를 위해 연구 목적으로만 운행 되고 있는 우주선 예매를 하고, 기지국에 출장 허가를 받은 뒤 화성으로 떠난 적이 있었다. 화성으로 떠나기 하루 전, 형준이 물었다. 요즘 탐사는 금성으로 많이 떠나는 추세인데 왜 화성으로 떠나느냐고. 큰 이유는 없었다. 그냥 남들이 다 가보는 화성, 한 번쯤은 가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정수는 보통 주어진 자료와 이론을 가지고 연구를 하는 파트에 속해 있었기에 직접 탐사를 떠나는 일은 잘 없었다. 주연이나 승민이 탐사를 갔다가 가져온 자료를 가지고 분석하고 결론을 내릴 뿐이었다. 우주 관련한 업무라 하여 어린 마음에 흥미로움을 가지고 입사 했는데 세상 따분한 곳이라는 것을 깨닫곤 이직 시도를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그럴 때마다 연구원들이 탐사를 갔다가 실종이 되어 정수가 이직의 이도 꺼낼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곤 했었다.

연구원들이 실종되는 사유는 몇 가지가 있었는데, 대표적으론 승진 욕심에 위험구역으로 탐사를 갔다가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였고 또 하나는 탐사를 갔다가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것인지 갑자기 기지국과 모든 통신을 자의로 끊고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사라진 그들이 유일하게 남긴 말들엔 공통점이 있었는데 '그들이 사랑해달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나도 별이 되고 싶다.'라는 알 수 없는 말이었다. 종종 일어나는 이 일에 기지국에선 이름을 붙였다. 'Missing from a Love Letter'. 기록 시에는 'M.L.L' 또는 'Missing: A Love Letter'로 남겼다. 형준은 그 문구가 적힌 기록지를 볼 때마다 참 낭만 있는 실종이라며 감탄하곤 했다.

그들이 어딘가에서 살아있긴 한 건지, 우주먼지가 되었는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었다. 자발적으로 통신을 끊는 사람이 나타날 때면 형준과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하곤 했다. 대체 무엇이 그들을 돌아오지 못하게 만들었을까, 사랑해달라고 한 것들은 뭐였을까, 뭐 그런 이야기.


 

대기권을 벗어나느라 굉음을 내는 우주선에 정수는 헤드셋을 끼고 눈을 감았다. 우주선 안에선 스포티파이 같은 웹은 재생시킬 수 없었기 때문에 우주선 자체에 내장 되어 있는 노래를 들었어야 했는데 기지국 사람들은 이 부분은 전혀 신경 쓰고 있지 않은 건지 헤드셋에선 20년도 더 된 노래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언제 적 밴드야, 이 사람들 살아있기는 한가. 정수는 나중에 이 부분은 건의를 한 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눈을 감았다. 아, 이거 잠드는 게 아니라 기절하는 거라고 했는데. 정수의 고개가 까무룩, 바닥으로 처박혔다.


긴 시간이 흐르고 정수의 정신이 돌아왔을 땐 이미 지구는 탁구공처럼 보이는 시점이었다. 적어도 하루는 기절해 있었다는 건데, 체감상 한 시간도 되지 않은 느낌이었다. 직접적으로는 처음 보는 우주의 광경에 정수는 창문에 얼굴을 가까이 붙여 한참을 구경했다. 매번 모니터링 혹은 이미지로만 보던 우주를 눈앞에 두고 있으니 묘한 흥분감이 올라오는 것 같기도 했다. 이 일을 몇 년간 하면서 흥미를 가지고 일을 한다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막상 이렇게 눈앞에 펼쳐져 있는 걸 보고 심장이 뛰는 걸 보니 천직인가 싶기도 했다.

지금부터 일주일은 더 이 갑갑한 우주선 안에 갇혀있어야 했다. 몇 년까지만 해도 화성까지 가는데 반년이 넘게 걸렸었는데 정수네 기지국 직원 하나가 우연히 지구와 화성, 화성과 목성을 이어주는 포털을 발견해 2주 정도면 화성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 직원은 우주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이유로 미국으로 강제 이직을 해야 했지만 그 덕에 정수가 일하고 있는 이 기지국은 미국에게 관련 연구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까놓고 말하자면 미국으로 팔려 간 거라 볼 수 있다.)


정수는 밖으로 보이는 까만 우주를 보며 일지를 적었다. 이론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부분과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실제로 느껴지는 까마득함의 정도 등등. 노트에 빼곡하게 적던 정수가 뻐근해진 눈을 감았다 뜨며 몸을 뒤로 눕혔다. 지금이 지구 시간으로 몇 시인지도 모르겠고, 어디쯤인지도 모르겠고. 창문 밖으로 멀리 보이는 포털의 입구만 빤히 바라봤다. 입구를 중심으로 주변의 모든 검정이 어그러져 있었고 작은 소행성들과 별들은 그 안으로 느리게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정수는 그 광경을 보며 저도 모르게 침을 크게 삼켰다. 저 안으로 들어가면 지구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저 너머로 있는 화성에 진짜 닿을 수 있다는 기대감. 내부 방송 스피커를 통해 포털로 진입 시 큰 굉음과 충격이 있을 수도 있으니 주의하라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정수는 옆에 준비 돼 있는 이어플러그를 귀에 단단하게 끼웠다. 분명 우주는 숨소리 하나도 거슬릴 만큼 고요한데, 그 고요함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아주 번잡하기 짝이 없었다.

온몸이 다 진동할 만큼 굉음을 내며 덜컹거리던 우주선이 순식간에 고요해지고 어딘가 붕-뜨는 듯한 느낌에 눈을 뜨니 우주선을 포털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밖과 크게 다를 건 없었다. 새까만 어둠 안에 간간이 떠 있는 소행성들과 각종 잔해들. 다만 그것들이 일그러져 보인다는 것뿐.

이 포털 안에서 화성까지 5일은 더 걸린다는 안내에 정수가 눈을 감았다. 지겨워. 왜 탐사를 다녀온 동료들이 질려서 더는 못 있겠다고 했는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정수는 벌써 이 적막에 질릴 것만 같았다.



 2주 만에 밟아보는 대지에 다리가 절로 후들거렸다. 우주선 내부를 왔다 갔다 하긴 했다만, 지구보다 중력이 약한 탓에 다리를 제 의지대로 움직이는 게 쉽지 않았다. 중력부터도 낯선 우주에서 한 달 동안 머물러야 했다. 주연에게 들은 것처럼 정거장에 기지가 세워져 있었고 그 안에는 이미 와 있었던 직원들 몇 명과 각종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는 것들로 채워져 있었다.


성함이?

김정수요

탐사는 처음이신 것 같네요


피곤에 잔뜩 절여진 직원이 기계적으로 이것저것 물었고 우주선 안에서 이미 지친 정수도 별다를 거 없이 답변했다. 목성도 가실 건가요? 물음에 정수가 뜸을 길게 들이자 직원은 안경을 벗고 눈을 지그시 누른 채 그의 답변을 기다렸다. 괜히 마음이 급해진 정수는 가겠다고 답했고 그 답에 고개를 갸웃한 직원이 이것저것 적더니 의문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


진짜 목성 가신다구요?

문제가 되는 게 있을까요..

보통 첫 탐사 오신 분들은 목성까지는 잘 안 가시거든요


탐사 기간이 연장되니까. 직원이 웃으며 말했고 정수는 아-. 하는 소리를 내더니 이왕 온 거 확실하게 보고 가고 싶다며 대충 둘러댔다. 다들 가지 않는다는 말에 무를까 싶기도 했지만 정말 이왕 이렇게 고생해서 온 거, 더 조사하고 가는 게 좋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M.L.L'이 어디서 일어나는 것인지도 알고 싶었다. 적은 확률이긴 했지만 'M.L.L' 실종자들은 보통 화성에서 목성으로 넘어가 탐사를 하고 있던 중에 발생했기에 이왕 이렇게 된 거, 그 확률에 제 연구를 걸어보기로 했다. 이미 다 나와 있는 내용들보단 새로운 내용이 더 좋지 않겠냐며. 문득 형준과 했던 대화가 생각났다.


만약 내가 'M.L.L'에 대해 연구를 하겠다면?

그럼 형이 직접 목성까지 가야겠지

탐사 기간이 꽤 길어지겠네

그건 둘째치고, 형이 그 실종자가 되지 않을 자신은 있고?

외계인이랑 사랑에 빠져서? 내가?

그거야 모르는 일이지


'M.L.L'이 되지 않을 거란 보장은 없었다. 하지만 정수는 확신했다. 별과 천체가 떠다니는 끝없는 우주가 아무리 낭만적인 외로움을 만들어 낸다고는 하나, 저와 다른 외계인과 사랑에 빠져 스스로 실종자가 될 만큼 자기는 멍청하지 않다고. 이론과 과학으로 이루어진 우주에 그런 낭만적인 이야기 같은 건 없다고.

 


사막의 모습을 하고 있는 붉은색의 대지 위로 정수의 발자국이 길게 이어졌다. 많은 천문학자들과 각 분야의 과학자들이 화성에 대해 연구한 탓에 정수가 특별히 더 찾아내야 할 것은 없었지만 가끔 우연이라는 게 나타나기도 하기에(기지국 동료가 포털을 발견한 것처럼) 정수뿐만 아니라 다른 탐사자들 역시도 이렇게 끝없이 지루한 대지를 하염없이 둘러보곤 했다. 뭐 간혹 외계생물로 보이는 작은 무언가들이 모래언덕 뒤에 숨어 정수를 지켜보기도 했지만 그것들은 이미 다른 탐사자들에게 목격이 되었던 것들이었으며 정수도 모니터링으로 봐왔던 터라 그렇게 흥미를 자극하지는 못했다.


[이제 화성은 왜 잘 안 가는지 알겠다]

[RE: 이젠 새로운 거 찾기가 힘들죠]

[RE: RE: 난 처음 왔는데도 크게 재밌지가 않네]


형준과 메신저를 주고받던 정수는 이제 곧 목성으로 갈 우주선이 준비가 된다는 소리에 노트북을 덮고 나갈 채비를 했다. 화성에 도착해서 목성으로 간다는 신청을 할 때만 해도 걱정이 되지 않았는데 막상 코 앞으로 닥치니 조금의 우려가 생기는 정수였다. 무리한 탐사 구역은 아니라 목숨에 대한 걱정은 없었지만 진짜 혹시라도 본인이 'M.L.L'이 된다면? 자꾸 그들이 남겼던 메시지들이 머릿속을 둥둥 떠다녔다.


목성에 가는 건 진짜 저뿐인가요? 정수의 질문에 명단을 보던 관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부 직전에 취소 요청을 했네요. 애초에 신청자 자체가 별로 없기도 했구요. 입에서 절로 한숨이 나왔다. 분명 저 같은 일반 탐사자들이 호기롭게 탐사 신청을 했다가 생각보다 긴 여정에 다들 취소를 한 모양이었다. 불현듯 밀려오는 불안감과 걱정에 본인도 취소를 해야 할까 했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라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다. 승민이나 주연이도 아니고, 내가 직접 탐사를 올 일이 몇 번이나 되겠어.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베자, 정수는 적막한 탐사선 위로 발걸음을 옮겼다.

목성 탐사선은 무인으로 운행된다고 하더니 정수 외에는 아무도 탑승하지 않았다. 우주선 내부에 있는 메신저로 형준에게 [무인으로 운영된다는데 이게 맞아?]하고 보냈더니 금방 답장이 왔다. [어차피 시스템은 기지국에서 관리하니까 괜찮을 거예요ㅋㅋ 아마도?]

'아마도'는 뭐야? 형준에게 일단 잘 다녀오겠다는 답장을 남긴 정수는 기지국에서 미리 작성해 온 목성 관련 자료를 다시 한번 살폈다. 지구 중력의 2.5배나 되는 중력을 가지고 있으며..., 액체 수소로 이루어진 바다 위로 끊임없는 벼락이 떨어지고... 결론은 근접 탐사는 불가능하다는 소리였다. 여태 목성 근처에 다녀온 탐사자들도 표면으로는 절대적으로 접근이 불가능하다 했다. 괜한 욕심에 가까이 갔다가 목숨을 잃은 탐사자들이 제법 됐었고 그걸 방지하기 위해 목성으로 가는 탐사선의 시스템은 기지국에서 관리한다고 했다. 물론 비상시에는 탐사자가 직접 운행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그걸 이용하여 화염 속에 뛰어드는 불나방 마냥 목성으로 뛰어드는 사람들도 종종 있었다.

주연이 어느 날 했던 말이 문득 생각났다. 무한하게 까만 우주 안에 긴 시간 있다 보면 본인이 살아 있는 건지, 죽은 건지 구분이 안 갈 때가 있다고. 그러다 본인의 존재를 혼동하기도 하는데 그걸 이겨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훼까닥 돌아서는 실종자가 되는 거라고. 정수는 또 한 번 어그러져 있는 검정의 포털 입구를 보며 눈을 감았다. 본인은 장기간 탐사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주연이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크기를 가진 이 우주 안에서 긴 시간 동안 본인을 잃지 않는 건 상당히 쉽지 않은 일이었을 거라고.


번쩍 뜬 눈앞은 온통 붉은색으로 깜박이고 있었다. 스피커에선 정수를 다급하게 부르는 건일의 목소리가 버벅거리며 흘러나오고 있었고, 탐사선은 급격하게 요동치는 중이었다. 정수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차라리 꿈이라고 해줘.


- 탐사선이 포털을 이탈했어, 너 지금 조종석으로 이동할 수 있어?

이거 지금 왜 이래요? 괜찮은 거 맞아요??

- 뭔가 이상..- 무언가 의도적... 탐사선을 이탈 시키..- 거 같은ㄷ..!...-


더욱 요동치는 탐사선 탓에 건일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눈앞에서 번쩍여대는 붉은 경고 조명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지만 살려면 이 탐사선은 정수가 컨트롤해야만 했다. 탐사를 떠나기 전 비상시 행해야 할 매뉴얼을 달달 외우고 왔지만 막상 실제 상황이 닥치자 쉽사리 떠오르지 않았다. 목덜미는 이미 식은땀으로 축축해진 지는 오래였고, 핸들을 잡고 있는 손은 제어가 불가능할 정도로 떨리고 있었다. 승민이 알려줬던 비상 매뉴얼을 떠올리려 애쓰는 정수의 눈꺼풀이 파르르 거리더니 시스템 버튼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억을 더듬어 시스템을 제어하는 정수의 턱에선 눈물인지, 땀인지 모를 것이 핸들 위로 뚝뚝 떨어지고, 핏발이 선 붉은 눈 위로는 그보다 더 새빨간 빛이 일렁였다. 이대로 이 탐사선 안에서 외롭게 죽고 싶진 않아. 아까보다 더 큰 굉음을 내며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요동치던 탐사선 안이 순간 고요해졌다. 탐사선이 포털을 이탈했다는 경고 문구가 시스템 스크린 위로 떠올랐고 스피커 너머로 아득하게 들리는 건일의 부름을 마지막으로 정수는 정신을 잃었다. 아, 그냥 목성은 안 간다고 할 걸-...



***



헉. 하고 숨을 들이켜는 소리와 함께 눈을 떴을 땐 어딘가에 착륙한 상태였다. 아까 실컷 흘렸던 땀에 말라붙은 머리칼을 쓸어올린 정수가 시스템 스크린 위에 떠 있는 건일의 메시지를 다급히 확인했다.


[세레스에 착륙시켰어. 이거 보면 회신 부탁해.]

[정수야 제발...]


세레스,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왜소행성.

정수가 창문 밖으로 밝게 보이는 회색빛 대지에 눈을 잠깐 찌푸렸다.


[RE: 지금 제가 착륙한 곳이 세레스라구요?]


답장을 보내자마자 기지국에서 통신이 왔다. 혀엉!! 울먹임이 섞인 주연과 승민의 목소리가 들리고 그들은 진정시키는 건일의 떨리는 목소리도 섞여 들려왔다.


- 다친 곳은 없어?

크게 없는 거 같아요


안도한 건일이 길게 숨을 뱉곤 지금 현 상황에 대해 차분하게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정수가 비상 착륙한 곳은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A801 AA'라 지정되어 있는 왜행성, '세레스'이며 기지국에서 활발하게 연구 중인 천체 중 하나. 화성과 목성 사이에 위치해 있다 보니 포털을 사용하기가 어려워 화성에서 긴 시간 이동을 해야 갈 수 있어 일반 탐사자들은 가지 않는 그런 곳. 그니까 일반 탐사자인 정수는 살면서 갈 일이 없었을 곳이라는 건데, 지금 정수는 이 회색빛 천체에 착륙해 있었다.


대체 뭐가 문제였던 거예요?

- 제어실 측에선 시스템 오류라고는 하는데...


난 그게 아닌 거 같아서. 건일의 말 뒤로 긴 침묵이 이어졌다. 형, 저 좀 무서운데. 정수가 어색하게 웃으며 침묵을 끊었고 건일의 앓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니까 내 생각엔,


- 무언가 의도적으로 탐사선을 그 천체 쪽으로 컨트롤한 것 같아

제어실에서 경로를 잘못 입력한 건 아니구요?

- 내가 확인해 봤는데 그건 아닌 것 같아

...그럼 이 천체에 있는 무언가가 저를 여기로 데려다 놨다?

- 나랑 형준이의 추측일 뿐이지만... 그럴 확률이 있어 보여


형준의 추측이라는 말에 정수는 제어실이 다 울릴 정도로 침을 크게 삼켰다. 기지국에서 형준의 가설과 이론, 그리고 추측은 정확도가 높기로 유명했고 정수도 그걸 잘 알고 있었기에 온몸이 긴장감으로 딱딱하게 굳었다.


- 일단 '세레스'에 대한 정보는 형준이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해서 보내줄 거야

저는 여기서 어떡해요? 그냥 이렇게 있어요?

- 금방 돌아올 수 있게 우리가 최대한 노력ㅎ-.


뚝. 들려오던 건일의 음성이 끊기고, 제어실 안은 정수의 가파른 숨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작은 소음마저 들리지 않는 적막에 두려움이 불현듯 정수를 덮쳐왔고, 정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누가 날 여기로 오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 좀 다시 보내줘, 제발.

길게 눈을 감고 있던 정수는 지금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불안을 더 증폭시키는 거라 생각해 형준이 보내준 메신저를 토대로 이 행성을 조사해 보기로 했다. 그래, 이렇게 된 거 제대로 된 탐사나 해보자. 또 언제 올 수 있을지 모르니까.

장비를 챙겨 입고 조심히 밖으로 나온 정수가 듬성듬성 언덕만 져 있는 회색빛의 대지를 두리번거렸다. 지구보다 훨씬 약한 중력을 가지고 있다더니, 화성보다도 걸음을 컨트롤하는 것이 쉽지 않아 자꾸 사지를 우습게 버둥거리게 됐다.

얼핏 봐서는 아무것도 살고 있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데. 형준이 직전에 보내줬던 내용에는 '이 행성이 'M.L.L'이 발생하는 행성인 것 같다.'라는 내용이 있었는데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나도 고요한 곳이었다.


또 지구인이네


고요하다는 생각은 누군가의 목소리로 증발해 버렸고 정수는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말을 한다고? 대체 누가?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리니 인간의 외형과 크게 다를 거 없는 모습을 가진 무언가가 정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보다 (꽤) 작은 체구에 하얀 피부, 은발의 머리칼 그리고 이 행성의 회색빛과 저를 담고 있는 큰 눈. 인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은발 사이로 튀어나와 있는 작은 두 개의 더듬이 정도 되는 것 같았다.



그쪽도 여기에 불시착한 거야?

...저요?

여기에 나랑 그쪽 말고 더 있나...


그는 정수의 대답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짧게 돋아나 있는 더듬이를 불만스럽게 퍼덕거렸다. 아, 우주선 때문에 패인 홈 다시 메꿔야 해. 그가 통통한 오리 부리 같은 입술을 쭉 내밀며 툴툴거렸다.


우리 행성에 사는 애가 그쪽 우주선을 여기로 당긴 거 같은데 그건 미안하게 됐어

잠시만, 잠깐 천천히 이야기 좀 해줄래요? 그쪽이 누군지부터...


외계인한테 통성명을 요구하는 일이 다 생기다니. 그는 정수의 말에 불만스러웠던 표정을 지우곤 어딘가 기분 좋아 보이는 입 모양 위에 앞니를 띄운 채 가벼운 중력 위를 통통거리며 앞으로 다가왔다. 오, 나 궁금해하는 지구인은 그쪽이 처음이야. 보통은 다 도망가던데. 사실 정수도 지금이라도 당장 우주선에 올라타 도망치고 싶었다. 외계인에 대한 논문을 꽤 많이 보기도 했었고, 화성에서도 외계생물이라고 불리는 것들을 마주쳐보긴 했었지만 이렇게 인간의 외형과 닮은, 그니까 진짜 외계'인'은 처음이었기에. 헬멧 밖으로 보이는 이 기묘한 외계인이 무섭게 생겼거나 한 건 아니었지만 미지의 공간에서 만난 정보 없는 생명체에 정수는 본능적으로 손을 덜덜 떨었다.

그런 정수를 알아채기라도 했는지 코 앞까지 왔던 그가 한걸음 정도 물러서서 아이같이 웃었다. 우리는 지구인을 해치지 않아. 오히려 좋아한다고 볼 수 있을지도? 그의 천진난만한 웃음에 정수의 긴장도 서서히 풀리는지 손의 떨림이 잦아들었다.


이름이 뭐야?

...정수, 김정수

정수, 여기에 있는 동안 나랑 친구 하자


손을 내밀며 조그마한 더듬이를 바짝 세우는 그에 정수는 잠깐 주춤하곤 따라 손을 내밀었다. 두툼한 우주복 위로 하얀 손이 겹쳐지고 그로 인해 두 손이 아래위로 흔들렸다. 여러 겹으로 된 두꺼운 장갑 위라 온기도, 촉감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어쩐지 따스한 느낌의 악수였다.


넌 이름이 뭐야?

우리는 이름 같은 게 없는데

그럼 내가 너를 뭐라고 부르면 될까?


친구...하자며. 정수의 물음에 눈을 가늘게 뜬 채 고민을 하던 그가 순간 눈을 번쩍 뜨더니 박수를 한 번 짝- 하고 쳤다. 정수가 지어주라! 더듬이가 머리칼 사이에서 느낌표를 띄우듯 올라왔다. 여기 외계인들은 더듬이랑 감정이 연결되어 있나 보네. 나중에 탐사 일지에 꼭 써야겠다 생각한 정수였다.


그럼... 내 이니셜 따서 JS라고 불러도 될까?

영어는 별론데...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지 입술을 삐죽 내미는 그에 정수는 괜히 이 외계인을 실망하게 만든 것 같아 마음이 조급해졌다. 헬멧 위로 손을 얹고 고뇌하던 정수는 문득 어릴 적 옆집에 살던 꼬마의 이름이 생각났고 왠지 이 외계인과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쳤다.


...지석, 지석 어때. 내 이니셜 JS랑 같기도 하고

완전 마음에 들어! 그럼 여기 있는 동안 나 지석이라고 불러주는 거야?

그럴게

숫자나 영어로 불리는 거는 진짜 별로였거든


나 완전 마음에 들어. 갓 태어난 아기에게 부모님이 지어주듯 정성스럽게 지어준 이름은 아니었지만 어쩐지 이 외계인과 어울리는 이름을 지어준 것 같아 정수는 괜히 뿌듯해졌다. 앞으로 누가 이름 물어보면 지석이라고 소개해야지. 통통거리면서 시야에서 점점 멀어지는 지석의 뒷모습을 보던 정수는 탐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기분 좋은 웃음이라는 걸 지어보았다.

이 행성에도 아침이 오는 건지 저에게 손을 흔드는 지석의 작은 실루엣 뒤로 옅은 주황빛이 흩어지고 있었다. 태양 빛에 눈이 부신 건지, 지금까지 겪은 일에 피곤이 밀려오는 건지 눈꺼풀이 무거워진 정수는 지석의 그림자가 다 사라진 걸 확인하고 나서야 우주선에 도로 올라탔다.


[형준아, 나 외계인 봤다]



***



 

형준과 연락이 안 닿은지도 벌써 열흘째였다. 기지국과 연결을 시도할 때마다 시스템 오류라는 창만 떴고 정수는 그럴 때마다 한숨을 길게 한 번 쉬곤 장비를 챙겨 우주선 밖으로 나갔다. 그럼 우주선 근처에서 정수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지석이 반갑게 정수 옆으로 뛰어오곤 했다. 통, 통, 통. 매일 같이 딱 세 번의 뜀박질 만에 옆으로 와 저를 졸졸 따라다니며 통통한 입술을 오물거리며 조잘거리는 지석에 고독한 우주 낙오 생활이 나름 덜 외로웠다. 적어도 탐사선 밖에서만큼은 지석 덕에 즐거운 정수였다.


지석은 호기심이 많은 외계인이었다. 외계인을 처음 보는 정수보다도 질문이 많았고, 우주에 궁금한 게 많았다. 정수가 지석에게 이 행성에 대해 질문을 하나 하면, 지석은 지구에 대해 세 가지를 물어봤고 그럼 정수는 다섯 가지를 이야기해 줬다. 지석이 정수에게 물어보는 질문들은 소소한 것들이었는데 보통 지구인들은 뭘 먹는지, 잠은 어떻게 자는지... 그런 것들. 그에 반해 정수의 질문들은 이 천체에 관한 것들이었는데 그럴 때마다 지석은 눈을 빛내며 길게 신나게 답을 해주곤 했다. 어느 날 눈을 떠보니 태어나 있었고, 태어나면 이 행성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전임자에게 전달을 받으며 이 행성의 외계인들은 잠이라는 것을 자지 않아 하루라는 개념이 딱히 없어 지금까지 얼마나 산 건지 본인들도 모른다고 했다. 또한 이곳의 외계인들끼리는 상호 교류라는 것을 크게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들까지. 그 이야기를 들은 정수는 지석이 지금까지, 긴 시간 동안 외로웠겠다고 멋대로 생각했다. 지금 그가 이렇게 제 옆에서 신나게 모든 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럼 너는 어떤 일을 해?

난 이 행성 파수꾼이야. 


정수의 질문이 반가웠는지 지석의 더듬이가 또 작게 퍼덕거렸다. 그런 그의 더듬이가 귀엽다고, 잠깐 생각한 정수였다.


정수처럼 길 잃은 지구인들 길잡이가 되어주기도 하고, 이 행성 관리도 하고 그래

나처럼 길 잃은 지구인?

응. 종종 정수처럼 불시착한 지구인들이 있었거든


대부분 지구로 다시 돌아가진 않았지만. 그의 말을 듣던 정수의 눈이 빠르게 깜빡였다. 돌아가지 않았다고? 돌아가지 못한 게 아니라? 그런 정수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그는 작게 소리 내 웃더니 말을 이어 나갔다.


우리 행성엔 되게 낭만적인 풍습이 하나 있거든? 난 영원히 이루지 못할지도 모르는 그런.


그의 얼굴 위로 씁쓸함과 고독함이 찰나에 스쳐 지나갔다.


사랑하는 것과 함께 저 먼 우주로 가 별이 되는... 그게 우리 외계인들이 사랑하는 것과 영원이 될 수 있는 방법이거든. 정수네 행성에서 온 인간들 몇몇도 그렇게 우리와 함께 별이 됐을걸?


그의 말에 정수의 목울대가 크게 움직였다. 기지국에서 부르던 'M.L.L'의 비밀은 이 행성에 숨어 있었고, 그들은 정말 자발적으로 사라진 것이 맞았다. 'M.L.L'은 이 행성에 사는 것들과 사랑에 빠져 별이 된 자들이란 것이었다. 그들이 마지막으로 남겼던 '사랑해달라고 했다.', '별이 되고 싶다.'라는 메시지들은 전부 이 행성, 세레스에서 남긴 말이었다.


아, 오해는 하지 마. 모두 쌍방 합의 하에 별이 된 거니까

...너는 왜 별이 될 수 없는데?

내가 사랑하는 건 이 행성과 우주니까.


그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그의 커다란 눈에 까만 우주와 이 행성의 뿌연 빛이 가득 담겨 일렁였다.


그래서 난 영원히 이 천체의 파수꾼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어

다른 것들처럼 별이 되고 싶지는 않아?

가끔, 아주 가끔 별이 되고 싶다고 생각해


그치만 이 거대한 행성은 작은 별이 될 수 없으니까. 먼 우주를 보던 눈동자가 어느새 정수를 가득 담고 있었다. 그 눈동자에 비친 제 표정이 어땠는지는 몰라도 지석은 정수의 헬멧에 손을 얹고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며 난 정말 괜찮다라는 말만 여러 번 읊조렸다. 어쩐지 그런 지석의 모습에 정수는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정말 외로운 사랑을 하고 있는 그의 마음이 헬멧을 뚫고 들어오는 것만 같아서, 너무나도 고독해 보여서. 이 행성보다 사랑하는 게 나타난다면 그때는... 지석이 회색 대지를 손끝으로 매만지며 읊조렸다.


안아줘도 돼?

그건 어떤 의미야?

위로일 수도 있고, 동정일 수도 있고...

그럼 정수는 지금 무슨 의미로 날 안아주는 거야?


글쎄. 정수는 지석의 작고 마른 몸을 안으면서도 본인이 지금 왜 그를 안아주고 싶은 건지 알 수 없었다. 위로? 그렇다고 그저 동정? 그건 아닌 거 같은데. 제 등을 토닥여주는 정수에 지석은 어색하게 정수의 손길을 따라 그의 등을 똑같이 토닥였다. 그때 정수는 깨달았다. 이건 연민이라고. 얼마나 됐을지 모를 그의 긴 외로움과 지금 제가 이 낯선 행성에서 짧은 외로움을 감히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어쩐지 조금은 같은 기분일 것 같아서. 별이 되고 싶어 하는 그의 소망을 이루게 해주고 싶다고 그를 안아주고 있는 아주 잠깐의 시간 동안 생각한 정수였다.


지석과 보내는 이 행성에서의 생활은 나쁘지 않았다. 높지 않은 언덕 위에 누워 별들을 구경하기도 했고, 서로의 행성이 얼마나 좋은 곳이지 자랑하기도 하며 종일 떠들다가 동이 트는 것을 감상하기도 했다. 정수의 헬멧에 제 머리를 기대고 있던 지석이 갑자기 몸을 일으키더니 그의 헬멧 창을 똑똑하고 두드렸고 그에 정수는 감고 있던 눈을 느릿하게 떴다. 지석의 머리 뒤로 환하게 쏟아지는 태양 빛에 순간적으로 그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아 미간을 찌푸려가며 그의 얼굴을 보려 애를 썼다.


지석아... 뒤에 햇빛 때문에 네가 잘 안 보여

그럼 이렇게 내가 가려주면 좀 보이나?


지석이 제 손을 들어 창 위로 그늘을 만들었고, 작게 만들어진 그늘에 정수가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응, 이제 좀 보인다. 말갛게 뽀얀 지석의 얼굴에 정수는 저도 모르게 그의 볼에 손을 얹었고 지석은 놀라지도 않고 그 손 위로 제 볼을 부빗거렸다. 느껴지는 거라곤 제가 쓰고 있는 장갑의 감촉뿐이었지만 아마도 따뜻하고 부드러울 거라고, 정수는 생각했다.


정수

나 기분이 조금 이상한 것 같아. 처음 느껴보는 기분인데

너 기분이 지금 어떤데?

그냥 지금이 이대로 멈춰버렸으면 좋겠어


행복하기도 한데 좀 슬픈 것 같기도 해. 여전히 지석의 볼 위를 부드럽게 쓸어주고 있던 정수의 손이 멈췄다. 창 너머로 말없이 긴 눈 맞춤이 이어지고 본인이 지금 느끼는 기분에 대한 답을 원하는 순수한 눈에 정수가 입술을 꾹 물었다.


...나도 그래

그치, 나만 그런 건 아니지?


그게 어쩌면 사랑이라고, 이곳의 말처럼 함께 별이 되고 싶다는 거라는 걸 차마 말할 수 없는 정수였다. 지석은 이곳의 파수꾼이었고, 정수는 지구로 돌아가야만 하는 사람이었으니까.

탐사를 떠나기 전 형준이 했던 'M.L.L'이 되지 않을 자신 있냐던 말이 자꾸만 떠올랐다. 분명 지석을 처음 봤을 때까지만 해도 그럴 일은 절대 없다고, 외계인에게 사랑을 느끼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도 않을 거라고 했는데. 지금 제 눈앞에서 태양의 황금빛을 받으며 반짝거리는 이 외계인이 자꾸 이 행성의 중력에 저를 묶어두려고 했다. 지구 중력의 3%밖에 안 되는, 한없이 가벼운 중력임에도 불구하고 곧 떠나야만 하는 제 발걸음을 자꾸 무겁게 만들었다.

지금까지 이름 하나 없이 외로웠을 지석이, 저를 만나 이름을 갖고 그 이름으로 불릴 때마다 행복해하는 그 모습이 자꾸 정수의 마음을 애틋하게 만들었다. 스스로 별이 된 그 사람들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정수는 지석이 자기와 함께 별이 되자는 말을 하지 않기를, 본인이 그런 말을 절대 하지 않기를 간절하게 빌었다.



***



  이 행성에 낙오된 지 정확히 한 달이 되던 날이었다. 밀려있던 노트북 메신저와 우주선 시스템 알림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정수는 정신없는 알림음 소리에 비몽사몽 눈을 떠 형준의 메시지부터 확인했다.


[외계인이요?]

[형 왜 답이 없어요]

[정수형? 뭔 일 있어요?]

.

.

.

[M.L.L이 되지 않을 자신 있다고 했잖아요. 형 제발...]


걱정이 가득 묻은 형준의 메시지들을 읽어가는 정수의 얼굴엔 은은한 미소가 띠었다. 안 그런 척해도 걱정 제일 많이 한다니까. [나 멀쩡해. 살아 있어]

형준에게 답장을 남긴 정수는 이 못지않게 걱정이 가득한 또 다른 메시지도 열심히 읽어 내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건일이 남긴 것들이었다. 마지막엔 시스템 정비를 완료해 곧 지구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날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지구에 있는데 내가 어떻게... 정수는 고개를 돌려 창밖에서 저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지석을 보며 따라 반갑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때 그 마음은 아주 잠깐 들었던 거였고, 다시 생각하니 이곳에서 외로워 보이는 외계인을 향한 동정이었다며 정수는 혼자 정리를 했다. 정수는 지구로 돌아가야만 했다.


지석아

으응

나 다시 지구로 돌아갈 수 있게 됐어

...언제 가는데?

아마 곧?


지석은 서운한 표정과 축 처진 더듬이를 숨기지 않았다. 그럼 우리 곧 완전 이별이네... 아쉬움이 가득 담긴 목소리에 정수가 지석의 동글동글한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가 너네 행성 자주 들여다볼게. 그 말에 지석이 앞니를 보이며 웃었다. 그럼 나 어디 보고 인사하면 돼? 물기 묻은 목소리가 장난스러운 농담 뒤에 옅게 흩어졌다.


지석아

난...지구로 돌아가야 해

당연하지! 거기가 정수 집이잖아


이 행성이 내 집인 것처럼. 지석이 정수의 손을 제 두 손으로 잡고 흔들거렸다. 내가 사랑하는 행성이랑 우주랑 함께니까, 정말 괜찮아. 환하게 드러난 앞니 위로 입술이 작게 떨리는 걸 봤지만 정수는 애써 모른 척하며 잡힌 손을 같이 천천히 흔들었다. 내가 매일 너 잘 있는지 볼 테니까... 코끝과 눈에 몰려온 시큰함이 목구멍까지 타고 내려와 더 이상 말을 이어 나갈 수가 없었다. 고작 한 달이라는 시간이었는데, 잘 있으라는 소리 하나로 헤어지기가 어려웠다.


정수, 내가 다른 지구인들이랑 우리 행성 사람들이 했던 거 중에 하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

뭔데?

어떻게 하더라...


지석이 정수의 헬멧을 요리조리 살피며 고민하더니 생각이 났는지 아, 하는 소리를 한 번 내곤 까치발을 들어 정수의 얼굴이 투과되는 창 위로 본인의 입술을 가볍게 붙였다 뗐다. 이러면 지구인들은 걔네를 안아주더라고. 그니까... 나 한 번만 안아달라는 소리야. 정수는 지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를 당겨 품에 안았다. 지석아, 우리 그냥 같이 별이 될까? 지석이 품 안에서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아니, 정수는 지구로 돌아가야지.


별이 된다는 게 무슨 말인지 정수는 알잖아


이 행성에게 묶여 긴 시간 동안 외로웠을 외계인에겐 영원한 안식을,

이 행성에 불시착해 짧지만 지독한 고독을 겪은 지구인에겐 해방을 주는 것,

별이 된다는 것은 그런 거였다.


... 지구로 무사히 돌아가서 나 잘 있는지 봐주기로 했잖아


정수가 지석의 작은 몸을 더 단단하게 당겨 안았다. 꼭 그렇게 할게, 약속할게. 





정수가 돌아가야 하는 날은 그 어느 때보다 빨리 왔고, 밝은 목소리로 한 시간 내 탐사선을 포털로 띄울 수 있을 것 같다 말하는 건일에 억지웃음을 지어 보이는 정수였다. 지석과 저에게 주어진 시간이 한 시간도 남지 않았다는 소리였으니까. 형, 저 마지막으로 둘러보고 올게요. 헬멧을 급하게 찾아 쓰고 탐사선 밖으로 뛰쳐나가 지석을 찾았다. 세 걸음 만에 제 옆으로 뛰어오던 지석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정수의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지석아 어딨어.

당장이라도 그에게 함께 별이 되자고 하고 싶었다. 지석이 사랑해달라는 말 한마디만 한다면, 그러니 저와 함께 별이 되어달라고 말한다면 기꺼이 그러고 싶었다. 


나 찾아 정수?

지석아


이륙을 위해 크게 진동하고 있는 탐사선 뒤에서 지석이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말간 얼굴로 정수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통, 통, 통. 매일 그랬던 것처럼 세 걸음 만에 정수의 옆으로 와 헬멧 위로 제 두 손을 얹었다. 앞으로 못 볼 거니까 많이 봐둬야지. 창 너머로 제 눈을 보고 있는 지석에 정수는 허리를 숙여 지석의 머리에 제 헬멧을 맞댔다. 우리는 이별 직전에도 이 창 너머로만 닿을 수 있구나. 


나 가지 말까? 지석이 네가 같이 별이 되자고만 하면, 나 사랑한다고 한마디만 하면-

정수, 얼른 가

별이 되고 싶다고 했잖아. 근데 왜 나한텐 그 말 한마디를 안 해

정수는 지금 나한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어?


지석의 물음에 숨이 턱 막혔다. 진짜로 모든 걸 버리고 나랑 소멸할 수 있어?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정수에 헬멧 위에 있던 지석의 두 손이 아래로 떨어졌다.


거봐, 정수는 지금 지구로 돌아가고 싶은 거야

지석아 나는, 나는 말이야

그리고 나도 정수가 돌아가길 원해. 우리가 영원히 보지 못하더라도,


내가 정수를 기억한 채로 이곳에서 살아 있었으면, 정수가 나를 기억한 채로 지구에서 살아가길 바라.

지석의 눈 끝에서 떨어지는 눈물들이 작은 물방울이 되어 공중에 흩날렸다. 넌 눈물도 저기 떠 있는 별 같네. 정수의 말에 지석이 원래 지구인들은 이렇게 낯간지러운 말을 잘하냐며 정수의 가슴팍을 가볍게 툭, 쳤다. 

마지막까지 지석의 얼굴을 빠짐없이 담으려는 듯 그를 하염없이 보던 정수는 문득 주머니에 있던 탐사 일지용 노트와 볼펜이 생각났고, 말도 안 된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제 메신저 주소와 기지국의 좌표를 적어 내려갔다. 절대 할 수 없겠지만, 그렇지만 만약에라도 말이야-.


지석이 너는 외계인이니까... 혹시 모르잖아

아무리 내가 외계인이라도 정수한테 어떻게 연락해! 그래도 이건 정수가 나한테 준 거니까 잘 간직할게.


나도 그 종이랑 펜 좀 써도 돼? 두 손을 활짝 펼치며 요구하는 지석에 정수는 웃음을 터트리며 흔쾌히 그의 손에 쥐여주었다. 너 가져도 돼. 지석이 작게 환호하며 받아들였다. 그리곤 보면 안 된다며 귀엽게 으름장을 놓더니 한 손으로 종이를 가리고 천천히, 아주 정성 들여서 무언가를 적어 내려갔다.


이건 내가 정수한테 주는 거

지금 봐도 돼?

나중에. 이 행성을 뜨면 그때 봐


나랑 약속해. 단호하게 말하는 지석에 정수는 그러겠다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걸로도 성에 안 차는지 손가락끼리 도장을 찍고 나서야 만족하며 뒤로 몸을 살짝 물리는 지석이었다.


잘가, 정수

...우리 또 볼 수 있을까?


지석은 답하지 않았다. 그저 어깨를 한 번 으쓱해 보일 뿐, 아무 답도 하지 않았다. 정수 또한 그런 그에게 답을 바란 적 없다는 듯이 입꼬리를 당겨 작게 웃기만 했다. 나 갈게 지석아. 지석이 정수의 헬멧 창 위로 느리게 입을 맞추곤 정수의 몸을 뒤로 밀었다. 얼른 가, 뒤도 돌아보지 말고 가 정수. 고개를 작게 끄덕인 정수는 뒤돌아 탐사선으로 발걸음했다. 지석의 말대로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탐사선에 올라탔다. 등 뒤로 마지막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고 나서야 정수는 다급히 고개를 돌려 창밖을 봤고, 이미 지석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탐사선이 지면에서 서서히 멀어지고 그제야 참았던 눈물이 앞을 가려왔다. 자꾸 앞을 흐리는 눈물을 마구잡이로 닦아내던 정수는 지석이 건넨 쪽지를 조심스레 펼쳐 보았다. 그곳엔 서툰 글씨로 아주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처음으로 누군가와 함께 별이 되고 싶다 생각했던 것 같아]

그리고 종이 구석 끝에, 아주 작게


[- 이 행성보다 정수를 사랑하는 외계인 지석이]


나는 왜 아까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있냐는 너의 물음에 사랑한다고 답을 하지 않았을까.

사랑한다고 말해줄걸.

까짓거 지구도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고 말할걸.


그 긴 외로움을 이 행성 하나만 보며 버텨오던 너는 이제 이 행성보다 날 더 사랑한다고 하는데

남은 평생을 나만 생각하며 외로워할 너를, 지구에서 평생 그런 너를 그리며 안타까워할 바에는

너 하나에 'M.L.L'이 되는 멍청한 짓 좀 해볼 걸 그랬다 지석아.



***



대체 난 언제 다시 탐사 나갈 수 있는 거야? 정수의 불만 섞인 물음에 형준이 웃음을 터트리며 달력을 뒤적거렸다. 일주일 뒤? 그 말에 정수가 긴 한숨을 뱉으며 의자 등받이에 상체를 뉘었다. 진짜 3년 꽉꽉 채우네.


나 같은 연구원은 그냥 연구 자료랑 사진만 보다가 죽으라는 거지?

형은 'M.L.L' 생존자잖아요

그니까 그게 벌써 3년째라고

다시 가면 안 돌아올까 봐 그렇지


정수가 기지국으로 무사히 돌아온 당시, 이전 'M.L.L'들과는 다르게 무사 귀환을 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정수는 많은 관심을 받아야만 했다. 만났던 외계인의 생김새부터 어떤 교류를 했는지, 어째서 그 메시지를 받고도 돌아왔는지 등등... 정수에겐 불쾌하기 그지없는 하루하루가 연속되었다.

그래서 그는 탐사 윤리를 과감하게 어기고 지석과 세레스에서 있었던 일들의 절반 이상을 숨겼다. 지석과 있었던 일들을 그들의 탐구 거리로 던져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숨김없이 적어 제출한 부분은 세레스에 사는 외계인은 더듬이로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밖에 없을 정도로 정수는 지석과 있었던 일들을 제 기억 속으로 감췄다.


야, 이미 그 행성에서 있었던 일들은 다 잊었어. 고작 그 사랑 고백 쪽지 하나 받았다고 내가 거기로 다시 돌아갈 것 같아?

감정이라는 건 생각보다 그렇게 단순하지 않으니까요

형준아, 나도 이제 새로운 연구 거리 좀 찾자. 지겨워 죽겠어

한 번 갔다 오기 전에는 현장 나가는 거엔 관심도 없다더니


투명한 안경알 너머로 저를 흘겨보는 형준에 정수는 논문 더미를 펄럭거리며 미간을 꿈틀거렸다. 야, 우주는 이 종이랑 글자들로만 정의할 수 없는 거더라. 형준은 그의 대답이 꽤 마음에 들었는지 선심 쓰듯 물었다. 어떻게, 일주일 뒤에 바로 현장 탐사 일정 잡아줘요? 정수는 빙그르르 돌아가는 의자 위에서 눈을 가늘게 뜨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일단 어디로 갈지 생각 좀 해볼게.


일주일 뒤면 3년 만에 다시 우주로 탐사를 떠날 수 있는 신분이 되었다. 정수는 3년 전 본인이 화성에서 목성으로 이동하던 포털 안에서 어쩌다가 이탈을 하게 됐는지에 대한 자료를 꼼꼼히 살펴 읽었다. 결론은 탐사선 시스템 오류라는 이야기였지만 정수는 그게 전부가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지석의 말로는 본인들의 행성에 사는 다른 외계인이 그곳으로 탐사선을 당겼다고 이야기했는데 그게 분명 시스템 오류에 기여했을 게 분명 했다. 정수는 자료를 보던 눈을 다시 모니터링 화면으로 옮겼다. 다른 화면 뒤로 작게 떠 있는 세레스의 영상을 크게 띄워 한참을 살피던 정수는 급격하게 몰려오는 피로에 모니터를 끄려는 찰나, 화면 구석에서 깜빡거리는 새 메신저 알림에 또 업무 메시지인가 싶어 한숨을 쉬었다. 이 시간이면 뻔하지. 오승민의 자료 열람 요청이거나, 이주연의 시말서라던가. 성의 없는 마우스 클릭으로 메신저 창을 열어 내용을 확인한 정수는 의자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고, 그 힘에 밀려 넘어간 의자는 굉음을 내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말도 안 돼. 정수의 입술과 손끝이 잘게 떨렸다.


[경고] 알 수 없는 위치에서 보낸 메시지 (a message from an unknown place)

: 보고 싶어 정수


화면에 떠 있는 메시지를 한참 보던 정수가 굳은 표정으로 형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나 일주일 뒤에 바로 탐사 일정 잡아 줘. 전에 탐사 못 한 목성으로 갈까 봐]



손에 쥔 건 뭐예요? 정수의 손에 쥐어져 있는 낡은 종이에 형준이 물었다. 별거 아냐, 가면 필요할 것 같아서. 무미건조한 정수의 답에 흥미를 잃은 형준이 형식적인 안내를 읊더니 귀찮았는지 손을 휘저으며 짧게 말을 끝냈다. 포털 타면 시스템 불안정한 거 알죠? 그냥 매뉴얼대로만 하면 돼요. 그때 그렇게 했는데 나 다른 곳에 불시착했잖아. 장난 섞인 정수의 핀잔에 형준이 그게 제 탓이었냐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이미 한 번 해봐서 잘 아니까 더 이상의 안내는 괜찮아

-이번엔 목성까지 잘 갔다 오길 바라요


형준의 말에 입꼬리를 당겨 웃어 보인 정수는 이제 탐사선이 곧 출발한다며 형준과의 통신을 종료시켰다. 화면이 꺼지자마자 탐사선이 움직였고 올라가 있던 정수의 입꼬리가 추락했다. 정수는 제 몸에 붙은 갖은 추적 장치와 기지국과 이어져 있는 자동 운행 시스템을 꺼버린 뒤 제어판 위에 떠 있는 좌표를 재설정했다. 탐사를 떠나기 전 온갖 자료를 뒤져 찾은 세레스의 위치였다. 물론 정확한 좌표는 지석이 보낸 메일로 알아냈지만.

정수는 그래도 형준에게만큼은 마지막으로 말을 남겨야 할 것 같아 통신시스템까지 끊어버리기 전에 예약 메시지를 걸었다. 'M.L.L'에 여전히 관심이 많은 형준에겐 어쩌면 귀중한 자료가 될 수도 있으니까. 제어판 위로 기지국과 통신이 끊겼다며 붉은 창을 띄웠지만 정수는 한 번 쳐다보고는 형준에게 보낼 메시지를 이어 적었다. 


[3년이라는 시간은 나한테 부족했나 봐. 그 애가 날 찾아.

나와 같이 별이 되고 싶다는데, 나도 그 애와 함께 별이 되고 싶어.

미안하니까 'M.L.L' 자료로 쓰는 거 허락해줄게ㅋㅋ]


메시지 예약을 마치고 통신시스템 연결까지 끊은 정수는 3년 전 그때처럼 제 얼굴 위로 번쩍거리는 붉은 조명을 보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너는 기어코 나를 한없이 약한 너의 행성 중력에 묶어두려 하는구나.

외계인한테 러브레터 받았다고 실종자가 될 만큼 멍청하지 않을 거라던 예전의 제 확신을 곱씹으며 과거의 저를 비웃어보는 정수였다. 같이 별이 되자는데 그걸 어떻게 거절해. 그때 지석에게 받았던 쪽지를 닳고 닳도록 읽었지만 정수는 또 펼쳐 읽었다.

아, 지석이 네가 있는 곳으로 제대로 착륙해야 할 텐데.

제어창 위로 [비상 착륙 위치 - A801 AA]가 뜨는 걸 확인한 정수는 그제야 제어판에서 몸을 물리고 제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또 자기 행성에 홈 파였다고 더듬이 퍼덕거리면서 잔소리하겠네. 이번에 만나면 사랑한다는 말 먼저 해줘야지-.. 붉은 조명이 탐사선 내부 전체를 덮고, 정수는 경고음을 배경음 삼아 지석에게 무슨 말들을 해줄지 고민하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

.

.

.

.

<실종자 명단>

이름: 김정수

생년월일: 2052.06.26

성별: 남

부서: Research Center

파트: 모니터링, 연구

실종 위치: A801 AA(세레스)

실종 일자: 2077.12.24

실종 사유: Missing: A Love Letter (이하 'M.L.L')

특이 사항

-A801 AA로부터 온 메일을 받고 (어떻게?)  목성 탐사 신청 (위장 탐사)

-목성 탐사를 떠나 자발적 실종

-생존 이후 3년동안 A801 AA에 대해 과잉 연구를 한 것으로 추정 (실종자 컴퓨터 내부 자료 참고)

기록 담당자: 한형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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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M.L.L' 생존자는 0명으로 A801 AA(세레스)로의 단독 탐사는 금(禁)하며 화성과 목성 사이의 포털 이용도 중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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