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의 온기를 다시 느낄 수만 있다면
익명 C
“지석아, 일어나야지.”
“정수... 나 조금만 더 자면 안 될까?”
“실험하다가 늦게 잔 거야? 그러게 내가 적당히 하다가 자라고 했지.”
“미안해... 어쩔 수가 없었어.”
“오늘은 안돼. 뉴스 나오는 날이잖아. 라디오 틀 거니까 얼른 나와.”
“우웅...”
그러나 지석은 일어나지 않았고 계속 뒤척거리기만 했다.
그러자 정수는 지석이 덮고 있던 이불을 확 걷고 지석을 들어 올렸다.
“으앗, 지금 뭐 하는 거야!”
놀란 지석은 버둥거렸다.
“그러게, 진작에 내 말을 들었으면 됐잖아.”
“알았어, 미안해, 내 발로 갈 게. 내려줘.”
“맨입으로? 들어 올린 값은 줘야지.”
정수는 자연스럽게 한쪽 볼을 들이댔다.
“내가 올려달라고 한 적이 없는데...?”
“빨리.”
“쪽. 이제 됐지?”
정수는 고개를 돌려 반대쪽 볼을 들이댔다.
“여기도.”
“아잇, 진짜. 쪽. 이제 내려줘.”
“알았어.”
정수는 웃으면서 지석을 내려놨다.
그런 다음, 거실로 나가 라디오를 틀었다.
마침 라디오에서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
- 안녕하십니까. 가장 빠른 소식을 전해드리는 정부 뉴스입니다. 드디어 오늘 정부에서 안전구역과 관련한 대책을 발표하였는데요, 이것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보기 위해서 김대책 재난대책위원장님을 저희 스튜디오로 모셔봤습니다. 안녕하세요.
- 네, 안녕하십니까. 재난대책위원장, 김대책 입니다.
- 이번에 안전 구역과 관련해서 새로 나온 대책이 나왔다고 들었는데요?
- 네, 맞습니다. 좀비 사태 선언 1년 만에 저희 정부가 강서와 강북을 중심으로 안전 구역을 형성하는 데 성공을 했었죠. 형성된 지 4개월이 지난 지금, 이제 이 안전 구역으로 현재 좀비 사태에서 살아남으신 생존자분들을 데려올까 합니다.
- 그럼 먼저 안전 구역에 대한 설명 간단하게 부탁드려도 될까요?
- 네. 이 안전 구역은 시민분들이 다시 편안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전과 비슷한 환경으로 복구하는 데 초점을 두었는데요, 현재로서는 통신망, 전력, 정수 시설들이 반 정도 복구가 된 상태입니다.
- 맞습니다. 저도 방송국 출근을 위해 지금 시범적으로 안전 구역에 살고 있었는데요, 인터넷을 다시 쓸 수 있다는 게 진짜 큰 행복이었습니다. 그럼 이제 다시 정책 이야기를 이어서 해볼까요?
- 좋습니다.
- 이 정책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 건가요?
- 먼저, 서울은 좀비가 꽤 많이 정리되었기 때문에 서울 안에서 살아남으신 분들은 아마 주기적으로 군용차로 호송할 예정이고요. 경기도부터는 1인 구조 헬기로 호송할 예정입니다.
- 1인 구조 헬기요? 그러면 한 명 밖에 못 타는 거 아닌가요?
- 네, 맞습니다.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들에는 아직 좀비가 창궐하고 있어 접근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희 정부는 현재 저희가 소유하고 있는 1인 구조 헬기 10대를 통해서 생존자분들을 구출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아무래도 헬기 개수가 한정되어 있기에 구역을 나눠서 헬기를 보낼 예정입니다.
- 구역은 어떻게 나뉘었나요?
- 각 도시 안에 구가 있지 않습니까? 그 구당 한 명씩 헬기를 탈 수 있도록 정하였습니다.
- 그렇다면 가족과 함께 살아남은 사람들의 경우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 만약 한 명이 헬기로 먼저 구조가 되었다면 남은 사람은 그 헬기가 전국을 돌고 다시 그 지역의 차례가 되었을 때 구조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가족과 떨어지기 싫으신 분은 살던 곳에 계속 남으시면 되고요. 안전 구역까지 차를 운전할 수 있으시다면 저희가 간단한 확인 절차를 가진 다음에 받아들이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 그렇군요. 그럼 구조 일정과 헬기의 착륙 위치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 구조는 오늘부터 진행될 예정인데요, 1주 차는 경기 남부, 2주 차는 경기 북부… 이렇게 진행이 될 예정이고요. 경기 남부에서의 착륙 위치는 xx시 oo구 oo구청 앞, xx시 bb구 bb구청 앞, ... 이 되겠습니다.
- 상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경기 남부에서 생존하고 계신 분들 중 구출을 원하시는 분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셔야겠네요.
- 아무래도 그런 편이죠. 그리고 이 안전 구역으로 오게 되시면 정부에서 거처를 하나씩 배정해 드릴 예정입니다. 그리고 주마다 식료품, 식수 등을 배급해 드릴 예정이니 아무래도 오시는 게 좋겠죠?
- 그렇네요. 누가 됐든 헬기를 정말 타고 싶을 것 같아요. 오늘 이렇게 저희 뉴스에 나와서 정책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주셔서 정말 감— 치직... 치지직...
...
“헬기가 착륙하는 곳이 마침 우리가 있는 곳 근처네. 지석아, 너는 구조 헬기 타고 나가.”
“너는? 너도 가야지.”
“어떻게 같이 나가. 너도 들었잖아. 한 구역당 한 명 밖에 못 나가는 거. 지금 이 상황에 자동차 운전하기도 쉽지 않고. 우리 둘 다 무면허잖아.”
“아니야. 그래도 같이 나가야지.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
“내가 나갈 방법은 따로 알아볼게. 너는 빨리 나가서 백신 연구해야지. 지금 이 정도까지 진도가 나간 건 너밖에 없을 거야.”
“그래도...”
“네가 희망이야. 말마따나 내가 물려도 네가 만든 백신이랑 치료제로 나 다시 살려주면 되잖아.”
“그럼 다음 구역... 다음 구역에라도 가 있어, 응?”
“그러다가 그 구역에서 꼭 구출 받아야 할 사람이 구출 못 받으면 어떡해. 여기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더 큰 내가 남아 야지.”
“대체 왜... 나... 나 너 없으면 안 돼... 안된다고...”
“나도 너 없으면 안 돼. 그래서 너 보내는 거야. 난 네가 사는 게 더 중요해. 넌 내 전부니까. 그니깐 내 말 들어. 맨날 내 말 들어줬으니깐 이번 한 번만 더 들어줘.”
“.....”
“얼른 짐 챙기자. 연구했던 데이터들 다 가져가야지. 거기서도 연구하려면.”
그렇게 정수와 지석은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다음 날이 되고, 그들은 헬기가 도착하는 곳 근처에서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었다.
“정수야, 여전히 이 선택에는 변함이 없는 거야?”
“응, 없어. 앞으로도 없을 거야.”
“알겠어... 내가 가서 기다리고 있을게. 꼭 금방 와야 해. 알겠지?”
“응. 새로운 거처에 가면 청소 잘하고 있어야 해. 끼니 거르지 말고. 나 금방 갈 거니까. 가면 그동안 잘 있었는지 확인할 거야.”
“응. 정수도 약속 하나 해. 물리지 않기로.”
“응, 약속. 혹시 만약에 내가 너무 안 와도 나 찾으러 나오지 마. 네 안전이 우선이니까.”
정수의 말이 끝난 뒤, 그들은 매우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그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그들은 이 온기가 마지막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빌었다.
어느덧, 저 멀리서 헬기가 날아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얼른 가. 자리 뺏길라.”
“알았어. 헬기 소리 때문에 좀비들 몰려올 거니까 정수도 얼른 가.”